의료기기, 의료 AI, 디지털 치료제를 포함한 헬스케어 기업의 기술특례상장을 위해서는 바이오 신약에서 통용되는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또는 '계열 내 최고(best-in-class)'의 타이틀을 갖추어야 한다. 유독 바이오·의료 분야에서는 상장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재도전하는 기업이 많다. 그러나 최초 또는 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다면 기술특례상장 과정은 쉬운 길로 바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최초 또는 최고라는 타이틀이 기업에게 순순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음의 사례와 같이 기업이 스스로의 아이덴티티를 발굴하고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1. 최초의 타이틀을 강조하여 상장한 기업 사례
A 기업은 웨어러블 의료기기와 의료 AI를 활용한 진단/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기업이다. A 기업은 국내 최초로 원격의료 솔루션 식약처 인증을 받아낸데 이어서 국내 최초로 웨어러블 AI 진단 서비스와 입원 환자 모니터링 서비스의 상용화에 성공하였다. A 기업은 패치 타입의 바이오 센서를 이용하여 심전도 기록계를 몸에 부착하고 24 시간 동안 심장의 전기적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기존의 홀터 검사 방식을 대체해 나가고 있다.
A 기업은 최초의 지위로 많은 것을 얻었다. A 기업은 복지부, 산업부, 과기부 등 다양한 부처로부터 심전도 검사와 환자모니터링 솔루션 분야의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고, 덕분에 60여 건의 국내외 특허(출원 및 등록)도 확보할 수 있었다. A 기업은 선발주자로서 성장 초입의 웨어러블 의료기기 진단 및 모니터링 시장에서 의료수가 기준 70%라는 높은 시장점유율을 거머쥐었고, 20억이 못 되는 매출액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상장할 수 있었다. A 기업이 먼저 받아낸 의료기기 인증은 후발 기업들에게는 높은 진입 장벽으로 설정되었다.
2. 최고의 타이틀을 강조하여 상장한 기업 사례
B 기업은 AI 기반 3차원 의료영상 분석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B 기업은 특히 CT 영상을 전자동으로 정량 분석하여 의료진에게 진단 보조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B 기업에 앞서 상장에 성공한 의료 AI 기업으로는 익히 알려진 제이엘케이, 뷰노 그리고 루닛이 있다. 의료 AI 산업의 후발주자로서 B 기업은 상장 선배 기업을 상대하며 높아진 전문평가기관과 한국거래소의 눈높이를 상대해야 했다.
B 기업은 딥러닝 AI 기반으로 폐암(폐결절), 만성폐쇄성폐질환(폐기종), 관상동맥질환의 Big-3 질환을 동반 검진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폐암 검진 솔루션이라는 주장으로 선배 기업들을 따돌릴 수 있었다. 폐암 검진에서 1등 기업이라는 소리다. 추가적인 근거로 한국, EU, 독일, 이탈리아 등의 글로벌 국가폐암검진 프로젝트에서 단독 선정되어 소프트웨어를 공급했음을 덧붙였다. 사실 B 기업은 뇌출혈, 뇌혈관, 영상 내 장기 분할, 의료용 3D 모델링 등 다른 파이프라도 보유하고 있으나, 전략적으로 흉부 제품군의 성능을 강조한 것이다. 선배 기업에게 뒤질세라 국내외 특허(출원 및 등록)도 90여건을 확보했다.
3. 최초/최고가 아님에도 상장한 기업 사례
A 기업과 B 기업처럼 최초 또는 최고가 아님에도 상장에 성공한 기업이 있다. C 기업은 초소형 고출력 레이저 원천기술 기반 피부 미용·의료기기 제조 전문기업이다. 레이저를 이용한 피부 미용·의료기기는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제품군이다. 네이버에 '피부과 레이저'로 키워드 검색하면 레이저의 종류, 용도, 효과 그리고 부작용까지 잘 정리된 블로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만큼 레이저 기반 피부 미용·의료기기는 '최초'나 '최고'와는 어울리지 않고 흔해 보이는 아이템이다.
그래서 C 기업은 '업계 유일'에 집중했다. C 기업은 업계 유일 초소형 레이저 발진기 설계 기술로 자사 발진기의 크기를 기존 발진기 대비 90~95%로 축소시켰다. 또한 C 기업은 업계 유일 레이저 Rod 미러 접합 방식을 구현하여 레이저 Rod와 미러 간 거리 제약을 없애고, 수평적 결정화 성장 방식을 채택하여 생산효율까지 상승시켰다. 종국적으로 업계 유일 초소형 레이저 기술 상용화를 통해서 국내외 시장에서 크기와 가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차별화된 포지셔닝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전문평가기관은 기술평가에서 A, A 등급을 부여하면서 C 기업의 손을 들어주었다.
전문평가기관의 현장 실사가 날로 까다로워지고 있고, 거래소는 바이오·의료 기업을 상대로 현미경 심사를 계속하고 있다. 기술평가 현장에서 필자는 실사나 심사라기보다는 '수사'에 가깝다고 느끼고 있다. 이 같은 기조에도 불구하고, 최초, 최고 또는 업계 유일이라는 수식어는 기술평가와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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