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7일 금융위원회가 기술특례상장제도의 개선 방향을 밝혔다. 주된 취지는 두 가지이다. 우수 첨단기술 기업에게 상장의 문호를 확대하고, 두터운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규율은 유지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개선 방안은 신청-심사-사후관리의 3단계 과정에 대해서 14개 과제를 담고 있다. 이 중 AI 기업이 주목해야 하는 과제는 '초격차 기술 특례', '기술특례상장유형 체계화·합리화', 그리고 '표준기술평가모델 고도화'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벤처기업협회 등 일부 기관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금번 제도 개선이 AI 기업을 비롯한 딥테크에게 유리하기만 한 것일까? 불리한 점은 없을까?
소위 '초격차 기술 특례'는 AI 분야를 포함한 딥테크 기업에게 1회의 단수 평가(A등급 이상) 만으로 기술특례상장 신청을 허용하는 것이다. 본래는 2회의 기술평가가 필요하다. 업종을 기준으로는 19년도부터 소부장 업종에 대해서 단수 평가가 허용된 바 있으나 이후로는 동일한 사례가 없었다.
단, 모든 딥테크 기업에게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시총 1,000억 원 이상, 그리고 최근 5년간 100억 원 이상의 투자유치라는 시장평가 요건이 존재한다. 이 같은 시장평가 요건이 기존의 BBB 등급 이상을 대체한다고 볼 수 있다. 글쎄다. 시총 1,000억 원 이상이면 기술평가 없이 테슬라요건(이익미실현)으로 상장이 가능하다.
정부는 복수의 기술평가에 소요되는 시간과 중복 대응이 혁신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점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오히려 등급 기준은 상승한 것이다. 평균으로 따져 보면 단수 평가의 A등급은 복수 평가의 A&BBB 등급보다 그 커트라인이 올라간 것이다. 수고로움은 덜었지만 난이도는 상승한 것이다. 평가 기회도 한 번뿐이다.
'기술특례상장유형 체계화·합리화'는 기술평가 특례와 성장성 추천에 각각 존재하던 '기술기반 기업'과 '사업모델 기업' 트랙을 단순화한 것이다. 단순화 방식은 이렇다. 기술기반 기업만 전문평가기관의 기술평가를 이용 가능하도록 하고, 사업모델 기업은 증권사를 통해서만 성장성을 평가받도록 하였다.
증권사는 기술평가의 전문성이 부족한 점, 그리고 기술력이 부족한 기업이 기술평가 우회 통로로 성장성 추천을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이 기존 제도의 문제점으로 뽑혔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익히 전문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전문평가기관 한두 곳의 기술평가 결과를 성장성 보고서에 첨부해왔다.
AI 분야에서 성장성 추천 제도를 이용한 기업은 알체라가 대표적이다. 이제 알체라와 같은 경우를 다시 보기는 힘들어졌다. 문호를 개방한 것이 아니라 폐쇄한 것이 아닐까.
AI 기업이 고대해야 하는 것은 '표준기술평가모델 고도화'이다. 거래소는 지난 2월부터 새롭게 개발한 표준기술평가모델을 시행했다. 아직 제도 개선 초기이기 때문에 추후 외부 전문가를 통한 성과 평가 및 보완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개선의 주요 내용이다.
표준기술평가모델의 가장 큰 변화는 모듈형으로 산업 평가지표와 기술 평가지표를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바이오, IT, 제조, AI, 실감형콘텐츠, 이차전지 등의 제한적인 분야를 다루는데 그쳤다. 시스템 반도체, 미래 모빌리티, 로봇, 사이버 보안 등 딥테크 분야를 고루 반영하지 못하였다.
AI 기술에 대한 주요 평가지표들도 알고리즘 경쟁력, 데이터 저장/처리/분석 기술 등에 머물러 있고 급변하는 AI 시장과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표준기술평가모델의 고도화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첫 번째 과제로 해야 할 것이다.
기술특례상장은 제도가 도입된 이래 수없이 많이 고쳐져왔다.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제도의 변화를 면밀히 살피고 자사에게 가장 유리한 시기에 최적의 트랙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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