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가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자비스앤빌런즈는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평가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삼쩜삼은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지 않은 프리랜서나 N잡러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금 환급 서비스이다. 그런데 앞서 기술특례상장이라고 했는데, '어떤 기술로 상장을 한다는 거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자비스앤빌런즈가 이용한 상장 트랙은 다름 아닌 '사업모델 특례' 제도이다.
자비스앤빌런즈에 앞서 모바일 뷰티 플랫폼 '화해'를 운영하는 버드뷰도 사업모델 특례 제도를 이용했다. 화해는 화장품 성분 분석과 소비자 리뷰 데이터로 잘 알려진 모바일 앱이다. 이 같은 사업모델 특례 제도도 기술특례 상장에 속하는 방식이다. 다른 점은 기술이 아니라 사업모델의 성장성을 평가받는다는 점이다. 사업모델을 평가하지만 '기술평가'라고 통칭한다.
그런데, 이제 하반기부터는 사업모델 특례 제도를 이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사업모델 특례 제도를 전제로 상장을 준비해왔던 기업이라면 전략을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 수정하는 것이 맞다.
사업모델 특례 제도는 지난 2017년에 처음 도입되었다. 사업모델 특례 제도는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위한 것이었다. 서비스, 핀테크, 콘텐츠 등의 산업을 위한 트랙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기술기반 기업의 평가가 기술의 완성도, 경쟁우위도, 기술제품의 시장경쟁력 등을 주요 평가항목으로 한다면, 사업모델 기업의 평가는 사업모델의 타당성, 경쟁우위도, 사업경쟁력 등을 주요 평가항목으로 한다.
사업모델 특례 제도를 이용했던 기업으로는 플리토(집단지성 번역 모델), 캐리소프트(키즈 콘텐츠), 엔비티(리워드형 광고), 와이더플래닛(프로그래매틱 타겟 마케팅), 라이프시맨틱스(디지털 치료제, 의료 마이데이터) 등이 있다. 이들의 사업모델이 독창적이라고 생각되는가? 이들과 비교했을 때 자사의 사업모델도 충분히 독창적인가? 사업모델 특례 제도를 이용하고자 한다면 참고가 될 듯하다.
이들을 따라 사업모델 특례 제도를 이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앞으로 상장 주관사의 추천이 필요하게 되었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하반기부터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을 추진하면서 기술특례상장 유형을 단순화하였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기술특례상장유형 체계화와 합리화를 이유로 기술평가 트랙에서 사업모델 특례를 폐지하고, 성장성추천 트랙에서 기술기반 특례를 폐지하기로 하였다. 기술에 전문성이 높은 전문평가기관은 기술기반 기업을 평가하도록 하고, 사업모델에 전문성이 높은 증권사(상장 주관사)가 사업모델 기업을 평가하도록 한 것이다. 증권사는 기술평가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기술력이 부족한 기업이 기술평가 트랙을 우회하기 위하여 성장성 추천을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인식했다.
결론적으로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하는 사업모델 기업은 증권사를 통한 사업모델 트랙을 이용해야 한다. 이제 ① (전문평가기관이) 기술력을 중점으로 평가하는 혁신기술 트랙과 ② (증권사가) 사업성과 성장성을 중점 평가하는 사업모델 트랙만이 남게 되었다.
바뀐 사업모델 트랙을 이용하면 무엇이 달라질까? 상장 주관사의 추천과 풋백 옵션은 현행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상장 주관사의 추천이 필요한 것은 전문평가기관의 기술평가서가 아니라 상장 주관사의 성장성 보고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술평가 면제 혜택과 성장성 추천에 대한 책임으로 상장 주관사에게 상장 후 6개월간 90%의 풋백 옵션이 부여된다.
종래의 성장성추천 트랙 중 사업모델 기업으로 성장성을 평가받은 기업은 필자가 알기로는 원티드랩이 유일하다. 원티드랩은 지인 추천과 인공지능 기반의 채용 매칭 플랫폼 원티드를 운영한다. 주관사는 원티드랩의 대내외 경영환경과 공모자금을 통한 성장 가능성 외에 사업모델의 완성도, 경쟁우위 요소, 사업모델의 차별성, 사업모델의 파급효과, 사업모델 기반 성장가능성, 인적/물적 자원 현황, 상용화 경쟁력 등을 평가했다.
기술력이 아닌 사업모델의 차별화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기술특례상장 전략을 수정하고 원티드랩의 사례를 연구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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